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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을 쓰는가

hachaneun 2024. 11. 13. 22:28

좋은 말을 쓰는 것.
나쁜 말을 쓰지 않는 것.
말도 그릇에 담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쓰레기통에 담아서 내어주는 것과 깨끗하고 정갈한 그릇에 담아 내어 주는 것은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음식을 내어주는 사람의 마음을 다시 생각해보게 될 정도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말도 아무리 좋은 의미와 애정을 담고 하는 말이라고 할 지라도 담는 그릇이 어떤가에 따라 그 말을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지 않을까?

아이들에게도, 배우자에게도 그런 마음으로 말을 골라서 하려고 노력한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우리를 키우시면서 우리 앞에서 나쁜 말을 한번도 하신 적이 없었다. 나는 욕을 들은 적이 없어서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가, 애정듬뿍한 말투로 '이년아!'라고 이야기 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애정 듬뿍한 말투로 그렇게 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그 때 깨닫고 받아들였지만, 나는 지금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한번도 나쁜 말이나, '너 때문에'라거나, '으이구' 와 같은 말들을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지금도.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같은 한국말이라도 서로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하물며 눈빛과 행동만으로는 어쩌면 오해만 커질 수 있지 않을까.

예쁜 그릇이 아니라면, 깨끗하고 정갈한 그릇에 담아내는 음식처럼, 말도 그렇게 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다른 이유 하나는 나이가 들기 때문이다.
알던 낱말도 잘 생각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더 잦아지면서, 말도 습(習)으로 익어버린 말만 할 수 있거나  나도 모르게 그런 말만 하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쓰는 것도 근육을 쓰는 것과 똑같이 잘 관리하고 건강하게 지켜나가는 것. 나이들어가면서 챙겨야하는 것 중하나라고 생각한다.